유로 2024: 독일은 또 한번 '여름 동화'를 재현할 수 있을까

독일 뮌헨 내 유서 깊은 시청사 앞 광장에서 감동적인 국가가 울려 퍼졌다.

시민들도 발길을 멈추고 연주자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이 고독한 음악가는 독일인이 아니다. 스코틀랜드인이다. 그리고 그가 연주한 악기는 백파이프다.

사실 독일인 중 이토록 자국 국가를 연주하며 행복감에 젖는 이를 찾긴 어렵다. 당당하게 혹은 즉흥적으로 애국심을 드러내며 국기를 연주하는 건 무척이나 독일인답지 않다.

하지만 이 선율은 'UEFA 유로 2024'를 위해 독일을 찾은 축구 팬들이 다소 무관심해 보이기까지 했던 독일에 얼마나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는지 보여주는 전주곡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면 왜 독일은 올여름 자신들이 개최하는 이 축구 파티에 다소 무관심해 보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8년간 남자 축구 대표팀이 한 번도 국제 대회 본선에서 이기지 못했던 전력, 비싼 입장표 가격, 사회 문제 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우선 독일 내 정치는 연정 내의 갈등과 함께 점점 더 분열되고 있으며,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현재 이런 독일에 정말 필요한 건 또 다른 '좀머매힌(Sommermärchen)', 여름 동화이다.

독일이 FIFA 월드컵을 개최했던 2006년을 여름을 가리키는 애칭이다.

오늘날 대부분 독일인은 거리에서 누군가 즉흥적으로 자국 국가를 연주하면 눈썹을 찌푸리지만, 2006년만 해도 축구 팬들은 걱정 없는 표정으로 국기를 흔들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과거에도 문제 많은 20세기의 유산과도 같은 독일 국기 표시에 불편해하는 이들은 많았다.

18년 전 이 월드컵에서 개최국 독일팀은 4강전에서 이탈리아에 패하긴 했으나, 시민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 단결되고, 다채로우며, 자신감 넘치는 독일의 모습을 보여줬다.

축구 전문 저널리스트 필름 코스터는 "다들 2006년의 행복한 여름 동화가 2024년 재현되길 바라지만, 난 회의적"이라고 언급했다.

코스터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2021년부터 집권 중인 독일의 집권 3당 연정은 주요 법안은 통과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끊임없는 잡음으로 인해 인기가 없다.

코스터는 "이번 대회를 통해 시민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지, 좋은 개최국이 돼 스스로 방향을 찾아나갈 수 있을지 여부를 살펴본다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뮌헨에서 북쪽으로 떨어진 'ESV 프라이만' 축구 클럽에선 여러 방향성을 느낄 수 있다.

완벽하게 관리된 잔디에서 훈련 중인 어린 선수 수십 명에게 소리 높여 격려하는 자원봉사 코치단에서부터 비롯된다.

이곳에선 매주 18개 팀의 어린이 300여 명이 경기를 치른다. 여자팀은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독일의 성인들은 유로 2024에 대해 별 반응이 없을지라도, 이곳의 10대 청소년들은 정반대이다. 이들은 개최국의 시민으로서 한껏 즐기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14세 소년 사무엘은 "유로 2024가) 사람들을 한데 모아줄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추구를 좋아하고, 우리는 같은 공동체 일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무엘은 독일의 우승을 기대하진 않았다. 또 다른 소년 라이언 또한 독일이 우승할 경우 그 영향력이 엄청나리라 보면서도 이에 동의했다.

"독일이 승리한다면 더 많은 이들이 축구를 즐길 것이고, 그건 좋은 일이죠. 그러나 이곳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2006년 독일의 빛나는 여름을 앞두고도 월드컵을 향한 대중의 열기가 그리 뜨겁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대회가 시작되자 흥분감은 끌어올랐고, 동화 같은 날들로 기록됐다.

코스터 또한 이번 대회의 잠재력을 의심해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독일이라는 국가, 독일 국민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축구"라는 설명이다.

"모든 국민들이 정치적, 종교적 차이 없이 편하게 둘러앉을 수 있는 가장 마지막 캠프파이어 같은 존재죠."

아울러 코스터는 독일팀의 성적이 중요하긴 하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본다.

"당연히 우리도 좋은 개최국이 되고 싶습니다. 스코틀랜드,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의 축구 팬 10만 명이 이곳에 왔을 때 우리도 무뚝뚝한 독일인이고 싶지 않습니다. 이번 대회는 독일의 친근한 얼굴을 보여줄 좋은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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